높은 충절을 드높이며 수절을 다짐했던 곳. 독수정은 그 어떠한 유혹이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비를 닮은 나무들이 주위로 원림을 이루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강산이 변함에도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숲의 모습은, 마치 고려 시대로 돌아가 정자를 거니는 선비가 된 듯 신선한 기분이 들게 한다. 고매한 자연의 품속에서 갈 곳 없어진 이를 따사로이 품어주었던 원림은 언제나 이곳을 찾는 이들을 온갖 푸름으로 감싸줄 것이다.
고결한 선비의 모습과 같은 독수정
‘백이숙제는 누구인가. 홀로 서산에서 절개를 지키다 굶어 죽었네’라는 이백의 시구에서 따온 이름, 독수정. 독수정은 고려 공민왕 때 나라에 충성을 바쳤던 전신민이 고려가 멸망하게 되자 벼슬을 버리고 담양으로 내려와 세운 것이다. 아침이면 개성을 향하여 절을 올리기 위해 북을 바라보며 지어진 정자는 두 나라를 섬기지 않겠다는 전신민의 굳은 의지와 고려를 향한 깊은 충심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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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에 온돌방으로 꾸며져 있는 독수정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비교적 보존이 잘 된 상태이다. 창호는 측면과 정면의 합문을 열어 천장의 걸쇠에 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창호를 열어 활짝 트인 공간에는 원림의 아름다운 풍경이 오롯이 담기며 황홀한 액자로 둔갑한다. 잠깐만이라도 이곳 마루에 걸터앉아 정자를 둘러싼 원림이 내뿜는 숨결과 함께 찬찬히 호흡을 같이하며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정자 내에는 독수정 14경, 중건기와 상량문, 시문 등 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 ‘이 풍진 세상은 아득하고 나의 감회는 깊은데/어느 구름 속 깊은 곳에 이 늙은 몸을 붙여둘까/머나먼 천리길에 두 귀밑머리는 흰 눈빛이 되고/백 년 가까운 세월이 슬프고 처량하네/왕손과 꽃다운 풀은 봄의 한이 서렸고/두견새는 꽃가지에서 달이 되어 우누나/바로 이 청산 뼈를 묻히려고/굳게 맹세하며 홀로 지킬 이 집을 얽었다네.’라는 구절의 독수정원운은 고려를 향한 그의 충절과 그리움이 생생히 전해지는 듯 마음 한편을 아릿하게 한다.
오래도록 한결같은 아름다움
독수정이 있는 언덕에는 느티나무, 왕버들, 소나무, 참나무, 서어나무 등의 오래된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고, 정자 가까이에는 자미나무, 매화나무, 살구나무, 산수유나무 등이 심겨 있어 마치 원시의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이다. 이러한 독수정원림은 고려 시대 때 유행했던 산수원림의 기법에 따라 조성되어 현재까지 옛 모습 그대로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독수정 주위에 우거진 대나무와 소나무는 푸르고 곧은 나무처럼 고려를 향한 변함없는 수절을 다짐하기 위해 전신민이 조성한 것이라고 하는데 주변의 자연에서마저도 한결같은 그의 푸른 충절이 아직도 정연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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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함께해서인지 원림을 이루는 나무들은 서로가 최상의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녹음을 만들어 낸다. 얼마나 오래도록 이런 아름다움을 간직해온 걸까. 이에 대해서 조선 후기 완산 이광수가 독수정 14경에 남긴 시조를 통해 알 수 있다. 문 위쪽에 걸려있는 현판에 섬계명월이란 제목으로 전해오는 이 시조는 독수정의 운치 있는 겨울 풍광에 대해 읊으며 독수정원림이 계속해서 찬연한 모습을 간직해왔음을 알 수 있다.
독수정원림은 무돌길의 독수정길과 오방길의 누정길을 따라 걷는다면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먼저 무돌길의 독수정길은 금곡마을정자에서 독수정을 지나 무동마을 정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45분이면 완주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걷는다면 자동찻길이 아닌 옛날 우리 선조들이 걸어서 넘나들던 길을 걸으며 그들의 발자취 따라 걸어볼 수 있다. 5개의 코스가 각각의 테마로 구성된 담양 오방길의 제5코스인 누정길은 죽녹원에서부터 시작하여 면앙정, 송강정, 명옥헌원림, 소쇄원, 그리고 독수정원림까지의 코스로 다양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정자를 따라 거닐며 선인들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오래된 나무와 정자가 전해주는 편안함이 가득한 곳, 독수정원림에서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힐링해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7월 0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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